47개월 1일차, 아이가 읽기 독립을 시작했습니다.
바쁜 등원 준비를 끝내고 “엄마, 책 읽어주세요.” 하고 가져온 책을 읽어주었는데, 마지막 장에 약 세 줄 정도 되는 대사를 본인이 읽어보겠다며 자신있게 읽길래, 박수를 쳐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갑자기 다른 책을 꺼내들고 본인 책상에 가 앉더니, “엄마는 조금 멀리서 봐요, 저 이제 책 읽을 수 있어요!” 라며 자신있게 책을 펼쳐드는 것이 아니겠어요. 너무 신기한 마음에 황급히 카메라를 켜고 아이의 모습을 담았는데, 첫 장부터 또박또박,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솔직히, 유난이다 하실 수도 있지만, 눈물이 핑 돌았어요. 그동안 매일매일 조금씩 해 왔던 활동들이 드디어 이렇게 또 한 단계 아이를 자라게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사실 아이가 한글을 읽은지는 좀 되었습니다. 30개월부터 신기한 한글나라를 시작해서, 아이가 어느정도 읽을 수 있게 되었다는 확신이 생긴 41개월까지 수업을 진행하고 그만두고 엄마표로 완성을 해 나갔습니다. 아이가 매일매일 엄마와 워크북 푸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수업을 들을 때도, 끊고 나서도 매일매일 조금씩 연습을 할 수 있었습니다. 비교적 일찍 뗀 만큼, 조급함 없이 천천히, 빠트리는 부분 없이 탄탄하게 한글 실력을 쌓아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아주 천천히 진행을 하다보니, 아이가 한글을 습득하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와닿았습니다. 전문가들은 유아기의 기초 문해력은 여섯 가지 정도라고 합니다. 음운론적 인식, 이야기 이해력, 어휘력, 소근육운동, 기초쓰기, 기초 읽기입니다. (출처: 문해력 유치원) 여기서 기본적인 음운론적 인식, 이야기 이해, 어휘력과 같은 능력이 먼저 탄탄하게 발달 해야, 그 뒤로 읽기와 쓰기가 따라온다고 합니다. 무턱대고 한글 읽기를 시작한 것이 아니라, 아이의 구어가 충분히 발달 했는지, 이해력과 어휘력은 어떤지를 유심히 관찰한 후 아이의 관심사가 문자에 와 닿는 것이 느껴졌을때 본격적인 한글 습득을 위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가 더 어릴 때 부터, 대/소근육 발달에 많은 신경을 썼고 스티커 떼고 붙이기, 가위질하기, 종이접기 등 정말 다양한 소근육 활동을 함께 했습니다. 아이가 워크북을 정말 좋아해서 18개월부터 스티커 놀이와 끼적이기, 선 긋기 정도로 구성된 워크북을 꾸준히 해주었는데 손 힘 기르기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한글을 읽기까지의 과정
아이는 먼저 통글자를 인식하기 시작했고, 한글자씩 떼어서 읽기 시작했고, 그 후 자모음의 소릿값을 익혔어요. 통글자를 오래 해서인지, 받침 글자라고 딱히 어렵게 느끼진 않고 한꺼번에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없, 깎, 등 어려운 쌍자음 받침의 경우에도, 앞에 있는 자음대로 읽으라고 알려주었더니 큰 어려움 없이 읽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렇게 요약해서 적어놓고 보니 참 쉽게 느껴지는데, 한 스텝 한 스텝 정말 오래 걸렸고 절대 아이를 재촉하거나 답답해 하는 일이 없도록 스스로를 매일 매일 다잡았습니다.
문장을 이해하기까지

한 글자 한 글자 읽어 나가는 것과, 문장을 통으로 읽고 이해하는 것 사이엔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듯, 아주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아이는 본인이 먼저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면, 한글을 읽어보라고 물어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묻지 않고 제가 더 많이 읽어주려고 노력했습니다. 저희 아이의 경우, 쓰기 실력이 점차 늘어나며 읽는 자신감이 확 올라온 경우였던 것 같습니다. 특히, 엄마 아빠와 편지를 주고 받으며 자연스럽게 읽을 기회가 늘어난 것이 결정적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아이가 태어났을 때 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해 온 독서 시간을 늘 활용해서, 처음엔 간단한 의성어 표현 읽어보기에서 시작해서 책 제목 읽게 하기까지 정말 다양한 한글 노출의 기회가 독서 시간에 있었기 때문에 더욱 더 아이가 자연스럽게 스스로 읽기를 도전 해 볼 수 있었을 것 입니다.
읽기 독립에 도움 된 일상 활동
워킹맘이다보니,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일상 속에서 연습 할 수 있는 순간을 많이 노렸던 것 같습니다. 제가 아주 잘 써먹은 놀이들인데, 여러분께도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1. 주차장 차 번호판 읽기
이 놀이 정말 매일매일 했습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닐 땐 매일 차를 타고 등하원을 했기 때문에, 주차장을 꼭 지나야 했고, 그 때마다 주차되어있는 차들의 번호판 읽기 놀이를 했습니다. 숫자 배울때도 참 유용하고, 한글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차판에 써 있는 글자들은 아주 쉬운 글자들이라 초기 낱글자 익힐 때 반복 해 주면 가장 좋습니다.
2. 간판/표지판 읽기
저희 아이는 사회의 규칙에 늘 관심이 많았어서, 경고문이나 표지판을 참 좋아합니다. 작은 글씨는 읽기 부담스럽고 어렵기 때문에 가장 크게 쓰여 있는 글자 위주로 한 글자씩 읽는 연습을 많이 했습니다.
3. 책 제목 읽기
잠자리 독서 할 때, 무조건 책 제목 읽기를 하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이 때 팁은, 아이들이 졸린 상태기 때문에 틀리면 각잡고 바로 잡는 것이 아니라 엄마가 자연스럽게 맞게 읽어주며 넘어가는 것 입니다. 지금 꼭 제대로 못 읽어도 되니까, 그냥 쭉쭉 읽는 연습 한다, 생각하고 매일매일 읽어주었습니다.
4. 이름 쓰기

기관 생활을 하는 아이들은 본인 이름에 상당히 일찍부터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저는 쓰기를 빨리 시킬 욕심은 없었지만, 적어도 이름은 쓰고 유치원에 갔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에 몇 번 연습을 시켰던 것 같습니다. 한번 쓰는 법을 익히면, 아이가 알아서 본인 그림에도 이름을 적고, 편지에도 적고 하면서 나라는 개체를 표현하는 글자가 있구나, 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됩니다.
5. 편지 쓰기
편지 쓰기가 아마 도화선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요, 그냥 편지가 아니고, 아이가 셔틀을 타고 등원을 하는데 타서 자리를 잡고 나서도 신호에 걸려 꽤 오래 출발을 안 하는 경우가 매일 일어나길래, 처음엔 손만 흔들고 있다가, 폰에 있는 노트를 열어 한 줄씩 편지를 쓰고 크게 키워서 아이에게 유리창 밖에서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사랑해” “뽀뽀” 같은 간단한 단어에서, “오늘 더우니까 물 많이 마셔” “벨트 잘 맸어? 확인해봐. 위험할 수 있어” 등 꽤 문장이 점차 길어졌는데, 아이가 재밌어하며 읽어내는 속도가 꽤 빨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엄마와의 특별한 루틴이라 생각하는지, 매일 셔틀에 타며, “엄마, 오늘도 편지 써 주세요!” 하며 올라타기 때문에 매일매일 부지런히 새로운 문장으로 편지를 써 주고 있습니다. 또, 아이가 유치원 놀이 시간에 보통 색칠놀이나 종이접기를 하는데, 편지를 써오기 시작하면서 편지 주고받기에 대한 재미를 느낀 것 같아요.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아직 어린 아이들에게 문자를 공부처럼 시작하는 것은 너무 큰 부작용이 있으므로, 아이가 꼭 흥미를 가지기 시작 할 때 재미있게 독려해 주는 방법을 궁리하는 것이 부모의 몫인 것 같습니다. 쉽지는 않습니다만, 아이들에게 즐거운 기억과 유익한 경험으로 남을 다양한 활동을 꼭 기억했다 해줘보시길 바랍니다.